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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를 거점으로 하여 제주 3주살이를 계획했다. 처음에는 가보고 싶은 곳, 가봐야 할 곳들에 대한 리스트를 채워 가며 제주 이곳 저곳을 다니기 바빴다. 하지만 타고난 집순이 체질은 어쩔 수 없다. 점점 활동 반경이 좁아지더니, 요즘은 좀체 서귀포를 벗어나지 않는다.

서귀포 카페, 유동커피

내 숙소가 있는 곳은 월드컵경기장이 있는 신서귀포 쪽이다. 이곳은 이중섭거리나 매일 올레시장, 자구리공원, 칠십리시공원, 외돌개, 황우지해변, 법환포구 등이 지척에 있다. 주변에 이렇게 멋진 곳들이 많으니 숙소 주변만 다니기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유동커피 메뉴판, 아메리카노 3천원, 송산동커피(시그니처 메뉴) 4천5백원

개인적으로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갓 내린 신선한 커피 한 잔이다. 아침밥은 건너뛰어도 상관 없지만, 커피를 건너뛰면 뭔가 빠뜨린 기분이 들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맛있는 커피 한 잔 마시며 잠시 여유를 부리는 것은 일상에서 찾는 나의 소소한 행복거리 중 하나가 되었다.

유동커피, 커피와 어울리는 빵인 크로아상도 판매한다. 플레인 3천2백원

제주 전역에는 유명한 커피집이 많다. 분위기가 좋은 집, 디저트가 맛있는 집, 주변 경치가 예쁜 집 등등. 커피 투어만 하며 보내도 다 못가볼 만큼 많다. 사진이 잘 나오는 예쁜 커피집도 좋지만, 나는 일단 커피맛이 좋은 집이 좋다.

 

서귀포 커피 맛집으로 유동커피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그 집 커피맛이 궁금했다. 유동커피는 이중섭거리 입구에서 길건너 맞은편에 바로 있다. 오전 10시쯤 커피집에 도착했을 때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여유가 있다. 카페에 앉아 여유부리며 앉아 있으려니 점점 사람들이 많아지고 대기줄이 길어졌다. 이후 몇 번 더 가보았는데, 11시 이후부터 오후 시간까지는 계속 사람들로 북적였다.

유동커피 아메리카노 타입 안내, 3가지 타입의 커피를 선택 주문할 수 있다.

제주 다른 커피집에 비해 이곳의 커피는 가격이 나쁘지 않다. 시그니처 메뉴인 송산동커피가 45백원. 아메리카노는 3천원(아이스는 +5백원). 가장 유명하다는 송산동커피는 마셔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단 음료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직원분에게 물어보니 카페모카와 비슷한데 여기에 유동커피맛의 견과류 크림이 올라가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 나는 커피란다. 달달한 정도도 요청하면 조절을 해준다고 한다.

 

나는 유동커피를 두 번 방문했는데, 모두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그런데 맛이 다르다. 왜냐하면 이곳은 아메리카노의 맛을 A, B, C 타입 중 선택을 할 수 있다. 아메리카노를 타입별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첫날은 B타입을 주문했다. B타입의 커핑 노트는 'dark chocolate, black tea, vanilla, nutty, caramel'. 고소하고 쌉싸름한 맛이 도는 약간 무게감이 있는 부드러운 커피였다. 평소 선호하는 커피맛이라 아주 맛있게 잘 마셨다.

유동커피, 아이스아메리카노 B타입과 크로아상

크로아상 덕후인지라 매장에서 판매하는 크로아상에도 눈이 돌아갔다. 그래서 커피와 함께 주문했다. 커피와 함께 나무접시에 먹음직스럽게 담겨진 크로아상. 이렇게 받으니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 일단 기분이 좋았다. 크로아상은 평범했다. 보통 일반 제과점에서 파는 크로아상과 비교했을 때 특별한 점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워낙 크로아상을 좋아하는 1인이라 커피와 맛있게 잘 먹었다. 여담이지만, 제주 유명 베이커리 중에서 가장 맛있는 크로아상을 꼽으라면 나는 봉주르마담의 크로아상이 가장 맛있는 것 같다.

유동커피 크로아상, 무난하고 평범한 크로아상 맛이다.

다음날, 송산동커피를 마셔볼까 했지만 그래도 나는 그냥 커피가 좋다. 그래서 이번에는 A타입을 주문해보았다. A타임의 커핑 노트는 ‘jasmine, orange, grapefruit, strawberry'. 산미가 있는 과일향이 나는 커피 타입이다. 아침부터 땀을 흘린 뒤라 상큼하고 시원한 것을 마시고 싶어 주문했다. A타입은 다른 곳 원두보다 정말 산미가 강했다. 지금까지 마신 커피 중 가장 산미가 강한 것 같았다. 산미가 강한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마셨다면 당황스러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위에 지쳐 향긋한 과일향이 그립던 차에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동커피, 아메리카노 A타입, 산미가 강한 것이 특징인 타입이다. 테라스 자리에 앉아 커피 한 잔하며 거리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C타입은 마시지 않았지만 메뉴판 안내를 보면, C타입의 커핑 노트는 ‘hazelnuts, almond, walnut, nutty'. 온갖 견과류가 다 들어간 맛일 것 같다. 커핑 노트에서 고소함이 잔뜩 묻어나는 것 같다. 내가 C타입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헤즐넛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헤즐넛 향이 나는 커피를 불호해서 C타입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내심 어떤 맛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나중에 유동커피에 다시 간다면 C타입을 마셔봐야겠다. 그리고 송산동커피도...

 

매장에서는 원두와 드립백도 판매했다. 드립백의 종류는 총각맛(에티오피아 100%)과 아저씨맛(브라질 50%, 라오스 50%). 작명센스가 범상치 않다. 기미 본능을 억제할 수 없어 드립백을 하나씩 사서 숙소에서 내려 마셨다. 15백원. 드립백에 대한 리뷰는 다른 글에서 하도록 하겠다.

유동커피 드립백 커피 총각맛(에티오피아 100%)
유동커피 드립백 커피 아저씨맛(브라질 50%, 라오스 50%)

2019/06/28 - [국내여행/2019 제주 3주 살이(06.04-24)] - [서귀포 커피] 유동커피 드립백 리뷰 - 총각맛과 아저씨맛

 

[서귀포 커피] 유동커피 드립백 리뷰 - 총각맛과 아저씨맛

총각맛과 아저씨맛. 무슨 그런 맛이 있냐라고 생각할 말이다. 서귀포 유동커피에서 판매하는 드립백 커피의 두 종류 이름이란다. 유동커피에서 커피를 마시고 돌아오며 드립백을 사왔다. 집에서 내려 마셔도 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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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커피는 확실히 맛있는 커피집이다. 작고 소박하지만 프로다움을 뿜뿜한다. 우리집 근처에도 이런 커피집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집이다. 잠시였지만 제주에 머무는 동안 유동커피에서 커피 한 잔 놓고 한량인 냥 시간을 보내던 기억은 두고 두고 떠오를 행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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