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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제주는 수국이 한창이다. 6월에는 수국을 보러 제주에 오는 이도 있다고 한다. 제주에 머무르는 동안 최대한 수국 스팟을 찾아 다녀야겠다. 느즈막히 일어나 오늘은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 송악산 둘레길에 수국이 예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침 근처 대정오일시장도 열리는 날이다. 그래, 오늘은 여기로 가자!
숙소를 나와 이동을 하려는데 날이 많이 흐리다. 오후부터 비 소식이 있다고는 했는데, 그때까지는 괜찮은 듯해서 차에 올랐다. 출발 직후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20분쯤 달리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잠시 쏟아지다 말 비가 아니었다. 송악둘레길은 날이 좋을 때 다시 가야겠다. 이렇게 폭우가 내리는 날씨에는 따뜻한 커피가 어울린다. 숙소 근처 로스팅 카페가 떠올랐다. 오늘 일정은 취소다. 커피나 마시자.
커피 볶는 집 오즈비, 서귀포 시외버스터미널과 서귀포 이마트 바로 옆에 있다. 사실 이 카페는 어제 동네를 걷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어제는 영업을 하지 않아서 가지 못했다. 구글 검색을 해보니 평이 나쁘지 않았다. 어떤 이는 요즘 핫하다는 ‘유동커피’ 보다 여기 커피가 훨씬 맛있다고 한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갑자기 기대감이 생긴다.
이 카페 입구는 대로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시외버스터미널 건물 측면에 입구가 있고, 경치가 예쁘거나 하지 않다. 오로지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들이 갈만한 입지이다.
문을 닫았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오늘은 문을 열었다. 뭔가 인테리어가 고풍스럽다. 특별히 멋을 내거나 하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어질러진 분위기가 편안하다. 이곳에서는 10여 가지 원두를 로스팅해서 판매한다. 카페 한쪽에 로스팅 날짜가 적힌 원두가 진열되어 있다. 무게별, 종류별 가격도 안내를 한다.
간판이 아예 커피 볶는 집이다. 무조건 드립커피를 마셔야 한다. 어떤 원두를 마실까 메뉴판을 보는데, 메뉴판이 단출하다. 드립커피 메뉴는 ‘오늘의 커피’만 적혀 있다. 메뉴에 따로 적혀 있지는 않지만 마시고 싶은 원두를 지정하면 그 원두만을 드립 해주신다고 한다.
나는 케냐AA를 좋아하고 즐겨 마시는 편인데, 이 집 블렌딩 커피 맛이 궁금해 오늘의 커피를 마시겠다고 했다. 오늘의 커피를 마시겠다고 하니, 평소 즐겨 마시는 원두나 좋아하는 커피 맛을 물어 보신다. 내 취향을 들으신 사장님은 내가 진한 커피 맛을 좋아하니 3가지 원두를 블렌딩해 바디감이 있는 커피를 드립해주시겠다고 한다. 주문하는 사람의 취향을 반영해 커피를 내려주신다고 한다. 뭔가 전문적인 느낌이 팍 들었다.
카페 한 쪽에 앉아 조금 기다리니 커피를 가져다주신다. 하얗고 깔끔한 커피잔이 커피를 더 맛있어 보이게 한다. 사장님께서 짐바브웨 원두가 메인으로 향으로 조금 더해주는 정도로 2가지 원두를 소량 블렌딩해서 드립하셨다며 오늘의 커피를 설명해주셨다. 친절하고 자상하게 커피를 설명이 대접 받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커피맛을 보았다. 케냐AA와 바디감이 비슷하다. 묵직하고 씁쓸한 맛이 향기로웠다. 맛있는 커피였다. 여유를 갖고 천천히 마셔본다. 빗소리를 들으며 맛있는 커피를 마시니 편안해진다.
다른 곳에서 드립커피를 먹을 때는 적어도 7~8천원 정도 내야 하는데, 이곳은 오늘의 커피는 5천원이고 케냐AA는 6천원이다. 저렴하지만 맛은 저렴하지 않다.
가성비 맛집이 아니라, 여긴 그냥 커피 맛집이다. 잘 내린 커피를 마시고 싶고, 커피맛에 집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제주에 머무는 동안 이곳은 나의 참새 방앗간이 될 것 같다.
좋은 커피집을 발견해 행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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