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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은 얼큰한 국물이 생각난다. 축축한 몸과 마음을 얼큰한 짬뽕 국물에 풀고 싶어졌다. 제주에는 짬뽕 맛집이 많다. 제주 성산 신산리에도 짬뽕 맛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삼춘반점이 그곳이다.

제주 삼춘반점

신산리사무소 옆, 하얀 칠을 한 2층짜리 작은 벽돌 건물 1층에 삼춘반점이 있다. 이곳의 메인 메뉴가 짬뽕이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 외벽에 선명하게 짬뽕이라 적혀있는 모습이 재밌고 정겹다.

제주 삼춘반점

바쁜 점심 시간이 지난 때라, 식당 안은 한산했다. 식당 한쪽 가득 책장이 있고, 책들이 빼곡하다. 이곳 사장님 취향인가 보다. 손타는 책들이 많아서 그런지 책장은 투명 망으로 막아져 있었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닌 듯 한데, 아마 내 물건 아니라고 아무렇게 쓰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받으신 듯한 느낌이다.

삼춘반점 책장벽, 책을 읽을 수는 없다.

식사 메뉴는 딱 4가지이다. 짜장, 짬뽕, 비빔밥, 탕수육, 심플해서 좋다. 메뉴판이 심플한 곳은 맛없는 곳이 드물다. 중화요리집에 왠 비빔밥일까 했는데, 중화비빔밥이라고 한다. 비빔밥 맛도 궁금했지만, 혼밥하는 상황에서 메뉴 두 개는 무리였다. 어쩔 수 없이 짬뽕만 주문했다.

삼춘반점 식사 메뉴는 총 4가지 - 짜짱, 짬뽕, 비빔밥, 탕수육

주문과 함께 면을 뽑고 조리를 시작하신다고 한다. 그래서 다소 시간이 지체될 수 있다고 한다. 괜찮다. 맛있는 짬뽕을 먹을 수 있다면 기꺼이 기다릴 수 있다.

음식을 기다리며 식당 구경을 하다 벽에 붙은 오일장 일정표를 발견했다. 손글씨로 차곡차곡 적어놓은 제주 오일장 일정표가 정감어린다. 유명관광지도 멋지지만, 제주 오일장을 한바퀴 돌며 제주스러움을 느껴보는 여정도 추천하고 싶다.

생각보다 오래지 않아 주문한 짬뽕이 나왔다. 푸짐하고 먹음직스럽다. 처음 짬뽕을 받으면 후추향이 확 느껴진다. 그리고 살짝 매운듯한 양념 향이 느껴진다. 큼직한 새우가 짬뽕 가운데를 장식하고 있는데, 기본적인 채소인 양파, 버섯에 오징어, 새우 같은 해산물이 들어 있고, 채썬 돼지고기도 들어있다. 재료의 비중으로 따지만 돼지고기가 가장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국물맛이 해물짬뽕 보다는 고기짬뽕에 가깝다.

적당한 불맛에 첫맛은 그리 맵지 않다. 먹다보면 뒤로 갈수록 조금씩 매운맛이 더 느껴지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기분 좋은 매운맛이다. 7천원이 아깝지 않은 맛이었다. 이마에 맺히는 땀을 닦아가며 정신없이 완뽕했다.

 

맛있게 먹다보니 예약 주문 전화가 온다. 비빔밥 주문을 받으신다. 더욱 비빔밥 맛이 궁금해진다. 삼춘반점에 다시 들른다면 꼭 비빔밥을 먹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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